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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제31대 한국헌법학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의 원리를 연구하는 학자다. 지난해 12월 3일 불법계엄 사태 이후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기능, 권한에 대해 여러 인사와 치열하게 논의했다.
재판소원은 그중에서도 단연 화두였다. 조 교수는 지난달 27일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해야 하느냐'는 한국일보의 질문에 "지금까지 제외하고 있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권력의 위헌적 행사를 막는 게 헌법 재판의 역할인데, 사법권미래나노텍 주식
만 예외로 둘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현재는 재판에 적용된 법률이 위헌이란 의심이 들어도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심리를 정지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가 직접 청구한 헌법소원에서 위헌이 결정돼도 그사이 판결이 확정되면 시정할 수 없다"면서 "사법권에 의한 기본권 침해는 구제가 안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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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관점에서 절차적 하자 여부도 심판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실제 헌재가 심리 중인 사건 중에는, 과거 한 대법관이 자신에 대한 고소인의 재정신청을 스스로 기각해 문제가 된 사안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피의자인 때'는 사건 기피 사유가 아니다.
관건은 법률 개정만으로 재판소원을 시행할 수 있모바일 바다 이야기 다운
느냐다. 대법원은 "현행 헌법은 사법권을 법원에 전속시키고, 대법원과 헌재를 동등한 헌법기관으로 구성하고 있다"며 개헌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헌재가 법원 재판을 들여다보는 건 사실상 사법권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격이라서 위헌이란 논리다. 이와 관련해 김선수 전 대법관의 언론 기고문도 주목을 받았다. 김 전 대법관은 재판소원의 모범국인 독일과 우리나라의 사무료충전릴게임
법 체계를 비교하며 "임명 절차의 민주적 정당성과 자격요건, 임기, 정년의 측면에서 대법관이 헌법재판관보다 수준이 높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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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이에 대해 "재판소원 도입은 입법정책적 문제"라고 반박한다. 헌법에 헌재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헌법소원의 범위를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헌론'이 거론되는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재판소원을 헌재와 대법원의 우열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재판소원은 대법원이 사실 판단 및 법률의 해석·적용에 있어 최고법원인 점을 인정하되 기본권 침해 여부만 살피는 헌법심인데, 이를 '4심제'로 곡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헌재가 법원의 제청을 받아들여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한다고 해서 헌재가 법원 위에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헌재가 법원 재판을 무조건 파기하지도 않을뿐더러, 법원 스스로도 헌법 이념에 어긋나지 않는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심리를 신중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주요국에선 재판소원을 채택하는 추세"라는 헌재 분석에도 조 교수는 동감했다.
시기상으로도 조 교수는 1987년 이후 논의가 계속돼온 제도 도입을 결단할 순간이 다가왔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여당의 움직임을 두고는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쓴소리를 했다. 법원에 대한 정치 보복 수단으로 재판소원이 부각되면서 기본권 수호라는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부활을 계기로 재판소원 논의가 시작되면서 헌법이론적 접근보다 정치적 접근이 중심이 되고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깊이 있는 토론 없이는 재판소원이 '사법부 길들이기 수단'이란 오명에 빠져 또다시 실기(失期)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與 추진 '재판소원 논란'의 역사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는 헌법재판소 설립이 논의되던 1987년부터 학계와 법조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당시 헌재법 제정 작업을 맡은 법무부가 법원 판결을 제외하는 단서를 달기로 하면서, 헌재는 결국 1988년 재판소원을 인정하지 않는 형태로 문을 열었다.

분쟁의 조짐은 3년 만에 감지됐다. 헌재는 한 언론사가 "법원이 민법 764조의 '명예 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해 명령을 내리는 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최초의 한정위헌 판단을 내렸다. 한정위헌은 법률에 대한 법원의 특정 해석 방식을 위헌으로 보는 결정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언론사가 잘못된 보도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법원은 민법 764조를 근거로 손해배상판결과 함께 사죄 광고를 싣도록 명령하곤 했다. 헌재는 그러나 "사죄 의사표시를 강요하는 건 양심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그간 법원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왔다고 판단했다.

1997년 헌재는 재판소원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렸다. 당시 양도소득세 관련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는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며 확정 판결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공개적으로 '수긍 불가' 입장을 밝혔고, 하급심 법원도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20년 넘게 헌재와 사법부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헌재에서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음에도 법원이 취소 후 재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재심 청구 단계'에 계류 중인 사건은 5개로 늘었다. 이 중 GS칼텍스가 대법원 판결 취소로 돌려받길 바라는 법인세는 707억 원에 달한다.

정치권은 두 헌법기관의 충돌에 비교적 무감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올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례적 속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처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재판소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법작용으로 인한 국민 기본권 침해 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오랜 기간 재판소원과 관련한 국내외 사례를 연구해온 헌법학계에선 여러 시선이 교차한다. 민주당이 법 통과 시한으로 못 박은 연말을 목전에 두고 '한국형 재판소원'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동시에 "사법 체계는 백년대계로 설계돼야 한다"며 속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일보는 대표적인 헌법학자 두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람직한 재판소원 형태, 예상되는 부작용 등 각론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다만 이들 모두 작금의 헌법소원 논의가 정치적 계기에서 비롯된 것을 경계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관용과 숙의가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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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글·사진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